우리나라와 다른 캐나다 결혼식 문화

이민자의 나라, 캐나다에 사는 동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어요. 가깝게 지내는 지인 중에서 캐나다인이 가장 많지만, 필리핀, 파키스탄, 인도, 중국, 홍콩, 아일랜드 등에서 온 이민자나 그의 자녀들도 있어요. 

   

가깝게 지내는 친구 중 한 명은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살다가, 결혼하면서 캐나다로 온 친구가 있는데요. 서로의 딸이 같은 반이 되어 인연을 맺게 된 동네 이웃이에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끼리도 서로 왕래할 만큼 매우 돈독한 사이가 되었네요.

3주 전에 남편의 동생이 결혼한다면서 청첩장을 들고 와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친구의 양해를 얻어, 캐나다 결혼식 문화를 나눔 하고자 해요. 



청첩장을 받았다면?



우리나라와 달리 캐나다는 디자인과 인쇄 비용이 매우 비싸, 주문 제작 청첩장 대신 기성품 청첩장을 사거나 직접 만들어 보내기도 해요. 제가 받은 청첩장은 주문 제작으로 만든 것으로, 이제껏 받은 것 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웠어요.  


캐나다에서 생일, 피로연, 결혼식 등 파티 초대장을 받는다면, 참석 여부를 미리 알리는 것이 매너입니다. 초대장에는 항상 R.S.V.P. 와 함께 연락처가 적혀 있어요. R.S.V.P.는 프랑스어 répondez s'il vous plaît의 약어로, 영어로는 'please reply', 한국어로는 '회답 부탁드립니다'라는 뜻입니다.  


전문 웨딩홀이 없다?



캐나다에는 전문 웨딩홀이 거의 없습니다. 컨벤션 센터, 연회장, 농장, 교회, 박물관, 시청, 공원 등 장소를 빌려야 해요. 제가 참여한 결혼식은 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연회장으로, 규모가 큰 편이었어요. 



웨딩 장식을 직접 해야 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웨딩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곳이 많지만, 캐나다에서는 통합 웨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웨딩 장식이 전혀 없는 빈 공간을 대여한 후, 드레스와 턱시도, 메이크업과 헤어, 사진과 영상, 웨딩 무대 장식, 꽃 장식, 테이블 장식, 음식, 밴드, 특별 이벤트, 답례품 등 모두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 각각 제공받거나, 예비부부가 일일이 직접 준비해야 해요. 얼음 장식과 칵테일 분수가 있는 캐나다 결혼식은 처음 보았어요.   


대부분 서비스 비용이 매우 비싸다 보니, 예비 부부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직접 준비를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캐나다 결혼식은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규모도 작고 매우 소박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평균 예식 비용은 32,000달러(약 3천만 원)입니다. 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 같네요. 



사진이 유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식을 갖춘 진지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지만, 캐나다 결혼식에서는 형식 없이 자연스럽고 유쾌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입니다. 이번에 참석한 결혼식에서는 다양한 파티 소품을 준비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즉석사진 부스까지 마련해, 찍는 즉시 신랑과 신부 이름이 새겨진 기념사진을 바로 받을 수 있었어요. 



내가 앉을 자리?



우리나라에서는 식장이나 피로연장에서 자유롭게 앉는 편이지만, 캐나다 결혼식에서는 반드시 지정된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식장 입구에 지정석 안내가 있어요. 



대부분 가족과 친지가 신랑과 신부와 가장 가깝게 앉습니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마다 번호가 보이시지요? 앞서 소개한 R.S.V.P.로 참석 여부를 미리 알리지 않으면, 서로 난감해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답니다. ^^;;



무대가 다르다?



우리나라 결혼식장의 무대 중앙에는 주례를 위한 강연대가 있는데요. 캐나다 결혼식장의 무대 중앙에는 신랑과 신부를 위한 2인용 안락의자가 있어요. 언뜻 보면, 우리나라 결혼식장의 신부 대기실 모습 같기도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꽤 화려한 웨딩 장식에 속한 편이에요. 



웨딩 케이크입니다. 케이크 역시 전문 베이커리에서 별도로 주문해 준비하거나, 지인이 직접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주로 2~3단 케이크를 하는데, 5단 케이크는 처음 보았네요. >.<   



테이블 장식과 답례품 준비도 셀프!



테이블 장식 역시 예비부부의 몫입니다. 테이블 커버, 꽃 장식, 양초, 냅킨, 의자 장식 등 모두 콘셉트에 맞게 준비해야 해요. 제가 참여한 결혼식의 콘셉트는 흰색과 금색이었어요.  



지정석마다 초대손님을 위한 답례품이 놓여있습니다. 이 역시 예비부부가 직접 준비해야 합니다. 대부분 작은 상자에 초콜릿, 사탕 등 서너 개를 넣는 편이에요. 또는 작은 양초나 비누를 준비하기도 해요.



음악 밴드



대여 공간에 주로 음향 시설이 있지만, 밴드 역시 예비부부가 직접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참여했던 결혼식 주인공과 초대 손님 대부분이 아시아인이어서, 그쪽 계열의 DJ와 드러머를 불렀더라고요. 



축의금 문화가 없다?



캐나다에는 원래 축의금 문화는 없습니다. 대신에 선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데요. 방법이 조금 색달라요. 특정 스토어나 온라인 사이트의 혼수 리스트인 레지스트리(registry)에 예비부부가 원하는 품목들을 미리 체크해둬요. 리스트를 보고 선물하고 싶은 물품을 체크한 후 돈을 내면, 나중에 예비부부에게 물건이 전달됩니다.  


하지만, 점점 현금을 선호하는 추세인데요. 축의금은 개인이 갈 경우 최소 1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가족이 간다면, 더 내야겠지요. 평소에 친분관계가 두터운 사람을 결혼식에 초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식장에서 제공하는 디너가 비싸기 때문이에요. 축의금은 돈 봉투에 넣으시면 안 됩니다. 웨딩 축하 카드에 축하 메시지와 자신의 이름을 적고, 그 안에 현금이나 상품권을 담아 동봉하면 됩니다. 


결혼식장에 축의금을 받는 장소가 없습니다. 선물이나 축하 카드를 두는 전용 테이블이 있다면 거기에 두면 되고, 만약 없다면 신랑과 신부와 인사를 나눌 때 직접 전해줘도 됩니다. 



드레스 코드는?



캐나다 결혼식 드레스 코드는 파티복(dress)입니다. 주로 남성은 격식을 갖춘 정장 스타일로 입고, 여성은 길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요. 파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람이 제 친구예요. 



프로그램



캐나다 결혼식에서는 남녀 짝을 이룬 들러리가 제일 먼저 입장하고 그 뒤로 화동이 입장한 후, 마지막으로 신랑과 신부가 입장합니다. 이번 결혼식은 들러리가 없더라고요. 대신, 7명의 화동이 꽃길을 만들어 주었어요. 그 뒤로 신랑과 신부가 동시 입장을 하였네요. 



신랑과 신부가 무대에 놓인 의자에 앉자마자, 음악이 흘러나와 무대 앞으로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신랑과 신부의 인사말이나 가족 또는 지인의 축사가 없더라고요. 저는 교회 예식만 참여를 해서, 이런 분위기가 꽤 흥미로웠네요. ㅎㅎ



허기지다 싶을 무렵, 애피타이저로 samosa가 제공되었어요. 밀가루 반죽에 카레로 양념한 채소를 넣고 튀긴 요리예요. 저는 향이 익숙지 않아 먹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와 달리 캐나다에서는 식장과 피로연장이 구분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식사를 위한 장소를 하나 더 빌리면, 돈이 두 배로 들기 때문이겠지요. 교회에서 간단히 식을 올린 후, 피로연장만 빌리는 경우도 있어요. 식장 뒤편에 뷔페 상이 차려졌고, 신랑과 신부가 제일 먼저 음식을 덜어 무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손님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해요. 한국과 조금 다르지요?^^ 



메인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을 즈음에 신랑과 신부가 테이블을 돌면서 손님들과 인사를 나눴어요. 오늘 처음 봤는데, 저희 가족의 이름까지 다 외워서 인사해주더라고요.^^



디저트까지 끝나고, 신랑과 신부가 식장 중앙에서 브루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신부가 친정아버지와 춤을 추기도 하고, 신랑이 장모님과 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슬람 문화에 해당하는 결혼 의식이래요. 초대 손님은 총 700여 명이었는데요. 일주일 전에 300여 명의 어르신들을 따로 모시고 이슬람 전통 혼례를 올렸다고 해요. 이날은 나머지 400여 명과 함께 한 모던한 결혼식으로, 이외의 특별한 의식을 따로 하지 않았어요.



캐나다 결혼식은 평균 6시간 동안 진행되는데요. 종전에 참여했던 교회 예식 위주의 결혼식과 달리, 이번 결혼식은 오후 6시부터 오전 2시까지 댄스로 시작해 댄스로 끝이 나더라고요. ㅎㅎ



나이트클럽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그에 못지않게 매우 흥겨웠어요. 저는 어린 딸이 있어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오후 11시까지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네요.



음식


가짓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우리나라 결혼식 뷔페와 달리, 캐나다 결혼식 음식은 10가지 이내의 뷔페입니다. 출장 뷔페의 리스트에서 고기 요리 1~2개와 3~6가지 채소, 빵을 골라 손님 수에 맞게 미리 주문해요. 


제가 참여했던 결혼식은 주인공과 초대손님이 주로 이슬람 문화권의 아시아인이어서, 중동 아프가니스탄 출장 뷔페를 불렀더라고요. 이슬람인들이 주로 먹는 파티 음식을 소개해봅니다.


메인 음식



왼쪽은 기본 샐러드이고, 오른쪽은 아프가니스탄 빵 Afghan Naan이에요.  



왼쪽은 장립종 흰쌀밥입니다. 오른쪽은 건포도, 당근, 양고기를 넣어 익힌 밥 Kabuli palaw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 중 하나라고 해요. 



왼쪽은 이란에서 인기 있는 시금치 요리 Sabzi이고, 오른쪽은 병아리 콩 스튜 Dal Channa입니다. 



우리나라 제육볶음 맛과 비슷한 양고기 스튜입니다. 



오른쪽은 쇠고기 케밥(kabob)이고, 왼쪽은 닭다리 탄두리(tandoori)입니다. 참고로,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며, 그 외 육류는 이슬람 도축법으로 도축한 할랄(halal) 푸드만 먹습니다.  


평소에 이국적인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매우 주저한지라, 전 닭다리 2개와 샐러드만 먹었네요.^^;; 캐나다 결혼식 음식으로 매우 잘 차려진 메뉴입니다. 


디저트



Jalebi라는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인기 많은 디저입니다. Maida 밀가루 반죽을 튀긴 후, 설탕 시럽에 담가서 만들어요.  



바닐라 계피 푸딩이에요. 



과일 모둠입니다. 커피와 티는 따로 제공되었습니다. 


전형적인 캐나다 결혼식이었지만, 음식과 특정 이슬람 의식에서 캐나다 다문화주의도 살짝 느껴지는 결혼식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참여했던 캐나다 결혼식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화려했던 웨딩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늘 보던 진지하고 엄숙한 결혼식과 달리, 흥이 멈추지 않는 신명난 파티 분위기였는데요. 모습과 모양은 다르지만, 부부의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은 다 같은 것 같네요.^^ 


캐나다 결혼식 문화를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라며, 내게 주어진 인연에 감사하며 아낌없이 사랑하는 나날을 이어가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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