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석회 동굴에서 찾은 5억 년 전의 흔적들

캐나다 여름방학은 6월 말에 시작해 9월 초에 끝이 납니다. 대신, 겨울 방학은 크리스마스부터 신정까지 약 10여 일 밖에 되지 않아요. 체감온도 영하 40도를 넘어서는 추운 겨울에도 학교를 가야 하지만, 대신 긴 여름 방학 동안에 좋은 날씨를 실컷 즐길 수 있어 좋아요. 


여름 방학이 시작된 첫 주말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제가 사는 오타와 주변에 새로운 곳이 없을까 찾던 중에 어느 캐나다인 블로거가 온타리오 주에서 꼭 가봐야 곳 중의 하나Bonnechere 동굴을 소개했더라고요. 평소에 "도전!"을 외치기를 좋아하는 딸에게 안성맞춤 여행이 될 것 같아, 고민도 없이 다음날 바로 출발했어요.   


그럼, 저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꼭 가봐야 할 동굴을 탐험하러 가볼까요? 



오타와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야 했어요. 가는 길이 한적한 시골길이라서, 도시를 벗어나는 기분이 물씬 들어 지루하지 않았어요. 

도착하니, 주차장과 매표소가 함께 있었네요.   



매표소에서 입장권기념품 등을 살 수 있었어요. 커피, 아이스크림, 과자 정도의 간단한 간식도 함께 판매 중이었습니다. 어른 18달러(약 2만 원), 아이 13달러(약 1만 5천 원)에 세금 별도였습니다.  



매표소 안쪽으로 들어가니, 동굴에서 발견한 다양한 원석과 장식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매표소 옆에는 작은 쉼터가 있었는데, 단체 관광객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더라고요. 



20~30분 간격으로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다고 하여, 우리 차례가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동굴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어요. 주차장에서 큰 물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건너편에 강이 있더라고요.    



직원에게 강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Bonnechere 강으로 오타와 강과 만난다고 해요. 군데군데 층이 있어,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꽤 시원스럽게 들리더라고요.



가이드가 왔습니다. 잘생김ㅋ 설명을 듣기 시작하면서, 오기를 잘했다는 눈빛을 남편과 동시에 주고받게 되었는데요. 동굴이 갖고 있는 역사가 어마어마했어요.



제가 찾은 동굴은 Bonnechere cave로, 약 5억 년 전의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화석으로 가득 찬 곳이었어요. 무척추동물이 살았던 시대(빨간 네모 친 부분)로 이후에 물고기 -> 양서류 -> 암모나이트 -> 파충류 -> 포유류가 차례대로 살았지요. 중생대 쥐라기 시대의 공룡보다 약 3억 년 전입니다.   



동굴 안팎에서 발견한 화석 석회암(limestone) 10여 개를 하나씩 설명해줬어요. 위 사진은 고생대의 대표적 판상 산호 중 하나인 벌집 산호(Honeycomb coral)입니다. 가늘고 긴 관 모양의 산호 개체들이 모여 군체를 이루고 있는 모습으로 벌집과 비슷해 보이에요. 



큰 돌에 작은 조개가 여러 개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것은 완족류(Brachiopods)입니다. 고생대에 삼엽충과 함께 가장 크게 번성한 동물로, 전적으로 바다에서만 서식합니다.  



화석에 있는 것이 무엇처럼 보이냐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고생대 시대의 식물일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식물이 아닌, 해저 동물의 자취였습니다. 땅속에 있는 개미집과 비슷한 개념이었네요.



수년 전에 어느 소녀가 동굴이 있던 강가를 걷다가 특이하게 생긴 돌을 발견해, 매표소에 있던 동굴의 주인에게 전달했는데요. 석회암은 층층이 퇴적해 만들어지므로, 측면이 가로 형태의 빗살 무늬처럼 보이는데요. 소녀가 주워온 돌은 울퉁불퉁한 곡선이 보여 신기했다고 해요. 혹시나 해서 주인이 돌을 내리쳤더니, 고생대 암모나이트목 두족류(Cephalopods) 화석동물이 나타났다고 해요.



15분 정도 화석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동굴에 향했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동굴 입구의 모습이에요.



바닥에 나무판자를 깔아, 다니는 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한두 사람이 다니면 꽉 찰 정도로 좁았어요.



가이드의 설명이 없었다면, 휙 지나칠 부분이 정말 많더라고요. 물론 종종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도 꽤 나왔네요. 학창 시절 과학과 영어 수업 때 공부 좀 더 할걸....ㅎㅎ 



캐나다 석회 동굴(limestone cave)의 모습입니다. 석회암은 주로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어 이산화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빗물이나 지하수와 만나면, 잘 녹습니다. 석회암이 녹으면서, 동굴은 점점 커지고 종유석, 석순, 석주와 같은 석회석 생성물이 만들어지지요. 석회암 대지에 발달한 침식 지형을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하지요. 


약 2.5cm 길이의 생성물이 만들어지는데 150년이 걸린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동굴의 오래된 역사가 느껴졌네요. 우리나라 석회 동굴로는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된 삼척 신기리의 환선굴이 대표적입니다. 



동굴에 온다고 하니, 딸이 몬스터 캐릭터의 인형과 스냅백, 손가락에 끼우는 플래시 라이트를 착용하고 왔어요. 몬스터는 동굴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렸고, 반지 형태의 라이트는 매우 실용적이었네요. ㅎ

 


동굴은 영상 10도 이하로, 제법 쌀쌀했습니다. 재킷을 걸치고 가서 도움이 되었네요.



동굴 내부가 넓지 않고, 좁은 곳이 많아서인지 더 신비롭게 느껴졌어요. 



가이드가 동굴 벽에 있는 작은 구멍을 가리키며, 딸에게 대표로 손을 넣어보라고 부탁했어요. 딸이 구멍에 손을 넣자 구멍 안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느 일화를 들려줬는데요. 예전에 동굴 벽을 만지면서 가이드 투어를 따라오던 어느 여자가 아이가 넣었던 구멍에 손을 넣었는데, 차가운 동굴 벽과 달리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 왠지 모를 공포감에 비명을 지르며 동굴 밖으로 뛰어나갔대요. 가이드가 손전등을 비춰 구멍 안을 살펴보니, 새끼 박쥐가 구멍 안에 있었다고 해요!! 그 말을 들은 후로, 박쥐를 만나게 될까 봐 긴장이 바짝 되더라고요. 



동굴 벽에 있는 화석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쭉 가이드를 따라가며 설명을 들었는데요. 어느 작은 입구에 멈춰 서더니, 동굴을 직접 탐험해보랍니다. 한 사람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다닐 수 있는 좁은 통로였어요.



세상에나...안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이 없어 전혀 앞을 볼 수 없었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어요. 앞사람의 발소리를 쫓아 허겁지겁 나와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요.



동굴을 한참 들어갔더니, 다른 곳보다 천장이 다소 높은 곳이 나오더라고요. 가이드 왈, 주인이 동굴을 처음 발견할 당시 박쥐의 집단 서식지였다고 합니다. >.<



이곳의 거의 동굴 투어의 끝부분에 있는 곳이었는데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만한 작은 통로가 있었는데, 주인이 동굴을 처음 탐험할 당시 그곳에 비버(beaver)들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이곳은 지상으로부터 약 30m나 되는 깊이로 물이 많이 고이는 곳이라서 하천이나 늪의 깊숙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비버들이 살기에 딱 좋았나 봅니다. 비버는 방생해주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물이 고이지 않게 양수기로 물을 계속 퍼줘야 한다고 해요. 



투어가 끝나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동굴의 출구입니다. 



출구 쪽 문을 바라보니,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동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나무가 휘어진 모습도 인상적이었네요.  



출구에서 나오면, 동굴 주변을 돌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이 나옵니다. 근처에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오솔길을 걸으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졌어요.  



주변에 공원이 꽤 많은 캐나다이지만, 공원에서 잠자리를 보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이곳에 오니, 유난히 잠자리가 많아 곳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네요.



이곳은 용식 함지(sinkhole)입니다. 빗물이나 지하수가 석회암을 용해하여 침식함으로써 움푹 꺼져 들어간 땅을 싱크홀이라고 부릅니다. 부실 공사 등으로 도로의 땅 꺼짐도 싱크홀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동굴을 처음 탐험했던 Tom이 이 싱크홀을 통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요. 



날씨가 갤 듯 말 듯 오락가락해서, 묘한 매력을 지닌 구름을 볼 수 있었어요. 시원한 bonnechere 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던 동굴 탐험이었던 것 같네요.



왼쪽 아래에 작은 입구가 보이시나요? 동굴의 또 다른 입구입니다. 강물이 여전히 흐르고 있어, 저곳으로는 못 들어가겠군요.^^;;



다시 주차장 쪽으로 향했습니다. 근처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었어요.  



매표소 직원에게 동굴을 처음 발견했던 사람이 현재 주인이냐고 물었더니, 주차장 안내를 하시는 분을 가리키며 저분이 주인이라고 알려줬어요. 소박한 주인의 모습에 살짝 의아해지긴 했네요. 다가가서 인사드린 후, 동굴의 역사에 대해 잠시 여쭤봤더니 흔쾌히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주인을 통해 들은 동굴의 역사"


Bonnechere 동굴은 1850년 대에 측량가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사유지에 동굴이 있었기에 그 누구도 동굴의 내부 모습을 알 수가 없었어요. 1955년에 Tom이 동굴을 포함한 일대를 매입하여 동굴 탐험을 직접 하였고, 관광지로 개발하여 시민들에게 개방되었습니다. 


현재의 주인 Chris는 Tom이 동굴 탐험 관광 사업을 할 당시 청소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해 타 도시로 떠날 때까지 12년 동안 매년 여름마다 이곳에서 일했다고 해요. 전 주인 Tom이 3시간을 운전해 Chris의 대학 졸업식에 참여할 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했다고 합니다. 


1992년에 Tom이 은퇴하게 되자 Chris는 동굴을 떠난 지 13년 만에 이곳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어요. 몇 년 후 Tom이 죽자 동굴 관리를 대신 쭉 해오다가, Tom의 세 자녀에게서 이 동굴을 매입하게 되어 현재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사업 그 이상으로 동굴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오가는 차량을 관리하면서도, 저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틈틈이 설명을 해주었어요. 


한국에서 석회 동굴을 가본 적은 어릴 적에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과 고등학교 때 제주도 수학여행 때인데요. 그때는 특별한 설명 없이 무리지어 휙 돌아보고 나온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내 아이의 손을 잡고 한국이 아닌 캐나다 석회 동굴을 둘러보고 있는 제 모습에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에 놓쳤던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석회 동굴을 탐험할 수 있어 유익했던 것은 분명했네요. 


당시 흔했던 무척추동물의 흔적이 5억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까지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 삶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이 블로그 역시 제 삶의 흔적 중 하나이겠지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진심과 정성을 담아 캐나다의 이모저모를 잘 전달하고 싶네요. 


5억 년 전의 고생대 흔적이 남은 캐나다 석회 동굴 탐험기를 즐겁게 보셨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여러분의 삶에 뜻깊고 아름다운 흔적이 되는 하루이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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