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손님을 위한 테이블 세팅과 초대요리

계획하고 시작한 이민 생활은 아니었지만, 캐나다에 산 지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 여러 가정으로부터의 초대도 많이 받으며, 좋은 인연 속에서 즐거운 추억들도 많이 쌓인 것 같아요. 가족과 친지에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따스함으로 늘 저희를 챙겨주셔서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있는 힘껏 덜어 주시는 분들이지요. 

    

얼마 전 지인이 캠핑하다가 팔을 다쳤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끼라도 밥상을 차리는 불편함을 덜어 드리고 싶어 초대하기로 했네요. 소박하지만, 캐나다 손님을 위한 초대 요리상을 소개해봅니다. 

 


테이블 셋팅(table setting)



초대 요리의 시작은 항상 테이블 세팅으로 시작해요. 두 가정을 초대해 저희 가족을 포함해 총 8명을 위한 상차림을 준비했어요. 


커트러리 셋팅(cutlery setting)



개인을 위한 상차림에서 종종 헷갈리는 부분인 나이프, 포크 등을 놓는 순서를 짚어보고 갈까요? 


나이프, 포크 등을 한 데 모아 뭐라 부르지?


cutlery라고 합니다. t 발음을 약하게 해 커러리라고 발음합니다. 은으로 된 나이프, 포크, 숟가락 등은 silverware라고 불러요. 


식사용과 디저트용 커트러리를 한 번에?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이 나오는 순서에 따라서 필요한 식도구가 따라 나온다면, 서양에서는 처음부터 함께 내놓습니다.  


몇 개가 필요하지?


음식 종류에 따라 필요한 cutlery의 개수가 달라지는데요. 보통 메인 요리를 위한 나이프와 포크, 디저트를 위한 포크와 티스푼으로 총 4개입니다. 식사용 스푼, 버터나이프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놓지?


메인 접시(dinner plate)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나이프와 스푼, 왼쪽에는 포크를 둡니다. 먼저 사용하는 식사용 나이프와 포크를 접시 가까이 두고, 그 바깥쪽으로 디저트용 스푼과 포크를 둡니다. 



캐나다의 초대요리 기본 구성



캐나다 가정의 정식 초대요리는 고기 1 + 채소 3종류 + 샐러드 + 빵입니다. 


위의 사진은 가정식 중에서도 격식을 갖춘 상차림과 음식입니다. 식기류는 본차이나 잉글랜드(Bone China England)가 파티용 식기로 가장 인기가 많고, 음식은 영국에서 유래한 로스트비프(roast beef)를 고기 요리 중 최고로 보는 것 같아요.  


로스트비프는 쇠고기 덩어리를 오븐에 오랫동안 구운 후 전기톱 등으로 얇게 썰어 내놓습니다. 고기를 굽는 동안 나오는 육즙에 양념과 밀가루를 넣어 만든 걸쭉한 소스를 그레이비(gravy)라고 하는데요. 그레이비소스를 로스트비프와 매쉬드 포테이토(으깬 감자 요리)에 뿌려 먹습니다. 



다른 가정의 식사 초대 요리였어요. 음식은 돼지 오븐 구이, 당근 찜, 옥수수 찜, 샐러드, 볶음밥이었습니다. 식사 초대 요리는 보통 5종류로, 점심일 경우에는 더 간단하게 먹기도 해요. 



오늘의 손님 초대 요리



저의 초대 요리도 완성되었습니다. 대부분 테이블에 음식을 두고, 음식이 담긴 그릇을 옆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개인 접시에 원하는 만큼 덜어 먹는 뷔페 형식으로 먹는데요. 음식을 놓기에는 저희 집 식탁이 작아서, 음식상을 따로 차렸어요.     



캐나다에서는 여름이 되면, 비비큐를 정말 많이 해요. 양념에 재워둔 LA 갈비를 남편이 구워줬네요. 


Tip.

캐나다 가정에 초대를 받을 시, 그릴 영역은 온전히 호스트(주인)에게 맡겨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고기를 굽는 경우도 많고, 또는 도움을 되고자 고기 굽기를 자처하기도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니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오타와에 하나밖에 없는 한인 마트, 아름 식품에서 구입한 LA 갈비입니다. 전날 밤 재워서 당일 구워, 다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레시피는 아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요.



다른 사이드 메뉴에 여러 가지 색깔 채소가 많이 들어가서, 그린 샐러드 대신 양배추 샐러드로 준비했어요. 레시피는 아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요.



캐나다 가정의 초대 요리 10번 중 8번은 등장하는 대중적인 사이드 메뉴, 매쉬드 포테이토(mashed potato)입니다. 레시피는 조만간 공유하겠습니다. 



아스파라거스 쇠고기 말이입니다. 캐나다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인 몬트리올 스타일 훈제 쇠고기(Montreal style smoked beef)에 고추 젤리(Hot banana pepper Jelly)를 조금 바른 후, 소금, 통후추 간 것, 딜(dill)을 넣어 볶은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무순을 넣고 돌돌 말았어요.



새우 오이 핑거푸드입니다. 오이에 홈을 파낸 후, 살사 소스고르곤졸라 치즈, 새우를 올렸어요. 정말 간단한 요리지만, 다양한 맛과 스타일을 만들 수 있어, 저희 단골 초대 요리 중 하나입니다. 



토마토 마리네이드입니다. 제법 큰 크기의 토마토 6개로 만들었는데 거의 다 비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토마토양파, 발사믹 식초, 허브 등을 넣어 절이는 건데요. 조만간 레시피 나눔 하겠습니다.^^ 



비트로 곱게 물들인 무 피클입니다. 레시피는 아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요.




오이 피클입니다. 캐나다에서도 오이 피클을 정말 많이 먹는데요. 시중에 판매하는 피클은 대체로 단맛과 짠맛이 강해, 집에서 만들어 먹어요.  



갈릭 브레드입니다. 전날 만들어 둔 마늘 버터를 빵에 발라 오븐에 12분 동안 구웠어요. 마늘 버터를 만들어두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좋아요. 나중에 상세하게 나눔 하겠습니다.^^  



과일 펀치(fruit punch)입니다. 주스 원액, 블루베리, 블랙베리, 체리, 레몬, 물을 넣고 만들었어요.  



디저트 모둠이에요. 2가지만 만들고, 나머지는 샀습니다 >.< 



지난달 파티에 정말 맛있게 먹어서 다시 산 치즈 케이크 모둠이에요. 조각이 크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맛도 다양해서 앞으로도 가끔 사 먹게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뷔페 이 완성되었어요. 손님과 함께 하는 동안 테이블을 최대한 떠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예의이므로, 식사 후 바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뒀어요. 



저는 안에서 마늘빵을 굽고, 남편이 밖에서 고기를 굽는 동안, 딸과 손님들은 뒷마당에서 담소를 나누셨어요. 



음식이 다 준비돼 식사가 시작되었네요. 손님들께서 음식을 보시고 많은 음식을 다 만드느라 하루 종일 일했겠다면서, 폰으로 사진을 찍으시기도 했네요. 그리 손이 많이 가지 않은 제 음식 보고도 그러시니, 한국에서 제대로 차린 한국 음식이나 한정식을 보시면, 까무러치실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음식을 담은 제 접시입니다. ^^ LA 갈비를 다들 처음 드신다고 해서, 살짝 걱정되었는데 정말 맛있다면서 잘 드셔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요. 



식사 후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한창 피워나갔네요. 



팔을 다친 지인의 모습이에요. 두 부부의 성품이 정말 온화해서, 신기할 정도입니다. 모국어가 불어인데, 딸의 불어, 영어, 한국어 일기를 읽어 보시면서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어요. 아래는 두 분의 가정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눈 글입니다.


  


다른 가정의 모습인데요. 캐나다 동쪽 끝 <빨간 머리 앤>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프린스에드워드 섬(P.E.I.)에서 친정어머니가 방문하셔서 이날 함께 모실 수 있었어요. 가족 앨범과 아이와 함께 한 유아 미술놀이 모음집을 보면서 함께 추억을 나눴어요. 아래는 오늘 초대한 손님의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눈 글입니다.




오후 6시에 시작해 9시쯤에 되돌아가셨는데요. 어딘가에서 화려한 불빛이 나길래 바라보니, 헉!!! 5대 경찰차가 동네 입구 쪽 도로를 막고 있더라고요.  


오후 9시면,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이나 말 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한 동네에 무슨 일일까 싶어 유심히 살펴보니, 5대의 경찰차가 검은 차 한 대를 포위한 채 차를 수색하고 있었어요. 그 옆에 젊은 청년 3명도 수갑을 찬 채로 앉아 있었네요. 북미 경찰의 포스는 후들후들하기에, 근접할 용기는 나지 않더라고요.^^; 이날부터 며칠 동안 지역 신문에 새로운 기사로 나오지 않은 것을 보니, 아주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축척된 금보다는 음식과 활기와 노래를 소중히 여긴다면, 세상은 더 즐거워질 것이다"


<반지의 제왕>을 쓴 영국 소설가 J. R. R 톨킨은 세상의 즐거움을 얻는 방법으로 음식과 활기와 노래를 손꼽았는데요. 음식은 인종과 문화가 달라도 상대방과 소통하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저희 역시 축척된 금은 없지만, 즐거운 추억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

이웃님들도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노래를 함께 나누며,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라봅니다.

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