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치아 요정과 함께한 우리 가족의 추억들

"북미에서는 유치가 빠지면 치아 요정이 찾아와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붕 위로 빠진 유치를 던지면 까치가 빠진 유치를 물어가고 대신에 튼튼한 영구치를 나게 해준다고 하지요.

북미에서는 까치 대신에, '치아요정(tooth fairy)'이 찾아와요!

북부 유럽에서 시작했다는 치아 요정 유래는 아이가 자신의 베게 밑에 빠진 유치를 두면, 밤사이에 치아 요정이 나타나 빠진 유치를 가져가는 대신 작은 선물을 두고 갔다고 해요. 그 유래가 유럽에서 온 이민자를 통해 북미까지 퍼졌다고 합니다.

 

딸 아이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유치가 빠지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1년간 저희 집을 찾아온 치아요정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우리 아이 첫 이 빠진 날

 

[아이 유치빠진 날] 치아 요정 그림일기

스쿨버스에서 딸이 내리자마자 상기된 표정으로 저에게 막 뛰어 왔어요. "엄마, 나 치아 빠졌어요!" 손에는 작은 지퍼백에 담긴 유치와 바람개비가 있었어요. 학교에서 유치가 빠져, 양호실에서 작은 지퍼백에 담아 주셨대요. 그리고 쉬는 시간에 무지개 바람개비를 만들며 스스로 축하했대요.^^;;

 

며칠 전부터 치아가 흔들렸는데, 학교에서 빠질 줄 몰랐네요. 태어나 처음으로 흔들리는 치아를 갖게 된 딸은 처음 겪는 일이라 살짝 두려워하기는 했지만, 말로만 듣던 치아 요정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면서 이날을 기다렸거든요.

그날 밤 아이는 자신의 유치를 베개 밑에 두었고,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치아 요정(?)이 되어 아이 방을 찾아갔어요.

 

아래는 그 다음 날에 쓴 아이의 그림일기입니다.

내 치아가 빠졌어요. 그 치아를 베개 밑에 넣었어요. 치아 요정이 내 방으로 와서 베개 밑에 돈을 넣어주고 치아를 가져갔어요. 나는 행복해요. 

 

2번째 유치가 빠진 날

 

[아이 유치빠진 날] 치아 요정 그림일기

첫 유치가 빠지고,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나 2번째 유치가 빠졌어요. 아이는 매일 쓰는 3개 국어 그림일기장에 치아 요정에게 보내는 편지를 옮겨 적었어요. 

 

아래는 아이가 치아 요정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그림일기이에요.

치아 요정에게, 내 치아를 10일만 간직해도 될까요? 만약 원한다면, 잊어버리지 않게 내 그림일기 위에 올려놓은 강아지를 가져가도 되어요. 내가 10일 동안 치아를 가질 수 있는지 적어 주세요. Yes(  ) or No(  )

 

아이는 몇 년 동안 가지고 있던 치아가 빠지자마자 치아 요정이 가지고 가니, 자신의 치아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기 아쉬웠나 봐요. ^^;;  아이의 귀여운 요구를 잘못 들은 남편 치아 요정님은 대답을 잘못 체크해- -; 10일 뒤에 맡겨 둔 치아와 선물로 준 용돈도 같이 가져간다고 오해해 크게 상심했답니다. 그래서 며칠 뒤 남편이 다시 치아 요정이 되어 아이에게 편지를 남겼어요. 아이가 자신의 필체를 알아챌까 봐 회사에서 몰래 출력해왔더라고요.

 

아래는 남편 치아 요정(?)이 아이에게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나의 작은 공주 Eunice, 나는 너의 치아 요정이야. 작은 실수가 생겨 정말 미안해. 네 돈을 간직해도 된다는 뜻이었어. 네게 준 돈은 다시 가져가지 않을 거야. 대신 나는 네가 써 준 사랑스러운 편지는 가져갈거야. 너무 고마워. 나에게 편지를 남긴 아이는 너뿐이야. 그래서 넌 나에게 매우 특별해.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이 되렴. 널 사랑해.  from. 치아 요정

 

치아 요정에게 편지를 처음 받았다면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던 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날 아침, 아이는 치아 요정(?)에게 받은 편지를 들고 학교에 등교했답니다.^^

  

 

3번째 유치가 빠진 날

 

치아 요정에게 쓴 아이 편지

그로부터 한 달 뒤 세 번째 유치가 빠진 날이었어요. 유치가 빠지자마자 아이는 치아 요정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단지 선물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아 요정이랑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이가 잠든 틈을 타서 베개 밑을 본 순간, 웃음이 피식 나왔어요. 티슈 위에 빠진 유치와 편지, 그리고 자신이 정말 아끼는 샵킨즈 키세스 미니어처를 올려 두었더라구요. 유치 사진은 정말 리얼해서, 혹시 보기 부담스러우신 분들이 계실까봐^^;; 살짝 모자이크 처리했어요.  

 

아래는 치아 요정에게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치아 요정에게, 이 샵킨즈 장난감은 당신을 위한 거예요. 당신은 정말 멋진 치아 요정이에요. 당신은 나의 친구예요. 

 

치아 요정에게 쓴 아이 편지

아이의 유치를 갖고, 10달러를 베개 밑에 넣어뒀어요. 아이가 제 필체를 아이가 아는지라, 왼손을 사용해 대문자로 답장을 해주었어요.

 

아래는 제가 아이에게 보낸 답장입니다.

네 선물 고마워. 넌 정말 멋지구나. 나는 네 유치를 갖기 위해 오늘만을 기다렸어. 난 너의 치아 요정이 되어 기뻐.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아이는 치아 요정과 점점 친한 친구가 되어 갔어요.^^

 

 

4번째 유치가 빠진 날

 

[아이 유치빠진 날] 치아 요정 그림일기

작년 11월, 아이의 네 번째 유치가 빠졌어요.

 

아래는 그날 아이의 그림일기 내용입니다.

어제 나는 유치가 빠졌어요. 4번째 유치가 빠졌어요. 치아 요정이 10달러 2장을 주었어요. 나는 혼자서 내 이를 뺐어요. 나는 어제 너무 행복했어요. 너는 유치가 몇 개 빠졌니? 여기에 적어 봐.

 

그날, 아빠는 치아 요정이 되어 유치를 가져가고 용돈을 주었어요. 딸은 치아 요정에게 받은 용돈은 하나도 쓰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입금하고 있어요. 치아 요정에게 받은 돈은 귀한 거라서 쓸 수가 없대요.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돕는 일에 쓰고 싶대요. 언제 어떻게 쓰일지 저도 정말 궁금하네요.

 

 

5, 6번째 유치가 빠진 날

 

캐나다 치과

북미에서는 대체로 유치를 발치해주지 않아요. 부모님이 유치를 빼주지도 않아요. 아직 뽑힐 시기가 안 된 유치를 억지로 뽑느라 치아 뿌리가 손상되거나 세균감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신 양치를 한 후, 깨끗한 손으로 흔들리는 치아를 흔들어주라고 해요. 2개의 앞니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기검진 예약이 잡혀 치과를 방문했어요.

 

아이 치아 상태를 보더니, 치과 선생님께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셨어요. 유치 뒤에 이미 영구치가 꽤 많이 자랐고, 흔들리는 유치가 옆으로 비틀어진 상태라 발치하는 게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날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취 주사를 맞고, 치아 2개를 동시에 뽑았어요. 그런데 울지도 않고 잘 버텨주더라구요. 안 무서웠냐고 물으니, 치아 요정을 만날 생각에 꾹 참았대요.^^; 치아 요정의 파워가 어마어마하네요.ㅎㅎㅎ

 

치아 요정에게 쓴 아이 편지

그날 밤, 저는 다시 치아 요정이 되어 아이방을 간 순간, 빵! 터지고 말았어요. 아이는 아주 긴 편지 위에 빠진 유치 2개와 한국 돈으로 10원짜리 캐나다 동전 4개를 올려두었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선물인지, 거래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아래는 아이가 치아 요정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2015년 12월 5일, 치아 요정에게, 오늘 내 유치 2개가 빠졌어요.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요. 나는 오늘 치과에 갔는데, 치과 선생님께 영구치가 자라고 있는 것을 막고 있는 유치 2개를 보셨어요. 주사를 맞고 이를 뺐어요. 그게 내가 빠진 유치 2개가 생긴 이유예요. 나는 울지 않았어요. 당신이 와서 나는 행운아예요. 나는 내 치아와 4 센트를 줄 거예요. OKay?  (덧글) 당신의 이름은 뭐예요? (_________________)

 

유치 2개가 왜 빠졌는지 자세히 설명했네요. 자신이 울지 않은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는데, 치아 요정에게 꼭 그것을 말해주고 싶었나 봐요.^^ 맨 마지막에 치아 요정을 그린 후, 이름을 물어보고, 빈 공백을 그려 놓았어요. 아이는 항상 그림을 그리고, 사람 이름을 적는 편인데, 치아 요정을 그리고 나니 이름이 궁금해졌나 봐요.^^

 

[아이 유치빠진 날] 치아 요정 그림일기

위 그림일기는 치과에서 유치를 발치한 날과 치아 요정에게 선물 받은 날 적은 일기예요. 아이가 치아 요정이 언제 다녀갔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네요. 아마도 12시 정각에 왔다가는 것 같다고 적었어요. 아이의 국어, 영어, 불어 3개국어 그림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aeri4620)에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행복은 의외로 소소한 것에서 오기도 한 것 같아요. 아이 첫 이가 빠진 날 우리 가족 모두 신기해했고, 치아 요정에게 처음 선물 받은 날 호들갑을 떨며 환호를 지르는 아이의 모습에서 우리 모두 즐거웠고, 아이가 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준 편지와 선물은 우리 부부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어요.

우리 가족에게 치아 요정은 하나의 추억이 되어 가네요. 아직 유치가 다 빠지지 않았기에, 딸아이와 치아 요정 간의 추억은 한동안 더 쌓일 듯 합니다. 다른 요정은 몰라도 치아 요정은 정말 있다고 믿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저와 제 남편은 한동안 실패율 0%를 달성하는 치아 요정이 되어야겠어요. 여러분의 삶에도 진한 행복의 기운이 가득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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