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친구에게 배운 뜨개질과 코바느질로 채워가는 따스한 겨울

뜨개질 모임이 있어 다녀왔어요. 초대받은 분들이 시간이 되니 하나둘씩 꾸러미를 들고 도착했어요. 집에서 평소에도 뜨개질하시는지, 대부분 뜨고 있던 것을 가지고 오셨더라구요. 모자, 목도리, 장갑, 가디건, 숄 등 다양한 것들을 만들고 계셨어요. 뜨개질 모임과 저의 소소한 결과물을 소개해봅니다.^^' 

 

잠깐, '뜨개질의 역사'를 살짝 짚어보고 갈까요?^^

 

뜨개질로 만든 작품을 처음 발견된 때는 7세기경으로,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서 무늬가 화려한 편물조직의 양말이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그 뒤 AD 1,000여 년 경 영국의 문헌에 편물을 뜻하는 사물의 명칭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북유럽 사람들이 편물 의류를 착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어요.

또한, 북유럽의 여러 항구지역의 여인들이 북해의 차갑고 습한 바람을 막기 위한 어부의 작업복으로 어부들이 사용하는 어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웨터 같은 뜨개옷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1,500년대에 편직기계의 발명으로 편물 무역이 본격화되자, 뜨개질은 꼭 필요하지 않되, 할 줄 알면 좋은 유용한 기술이자 사교모임을 위한 활동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동안 시들했던 뜨개질이 1,900년~2,000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뜨개질 도안과 결과물을 공유하는 등 다시금 활발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이후로 뜨개질해본 적이 없어서^^;; 재료가 없었는데요. 초대해주신 분이 집에 털실과 바늘이 넉넉하다고 미리 말씀해주셔서 빈손으로 갔더니, 몇 가지 챙겨 주셔서 아주 오랜만에 바늘을 잡아 보았어요.^^;;

오신 분들은 서로 패턴 도안을 나누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은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하시더라구요. 뜨개질 모임이라 더 그랬겠지만, 그 모임중에서 못하는 사람은 저뿐.. - -;;; 오랜만에 해보는 뜨개질에 몰입하느라, 사진을 더 찍지 못했네요. 제 뜨개질에 관한 초보다운 열정은 다음날에도 이어졌어요. 

 

전날 뜨개질 모임에서 코바늘뜨기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들은 친구맘이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다음날 집으로 초대해주었어요.

저와 친구맘이 차를 마시는 동안, 친구맘의 딸이 제 딸의 인형에 씌울 모자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10분도 채 되지 않아 뚝딱! 완성하더라구요. 엄마가 뜨개질을 잘하니, 딸 역시 손길이 매우 야무지네요.>.<

 

드디어 코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태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코바늘이네요. 가장 무난한 두께에 해당한다는 바늘과 실을 받아, 코바늘뜨기의 기초라는 짧은 뜨기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코바늘은 대바늘뜨기와 뜨는 방법도 다르고, 용어도 다르더라구요. 사슬 뜨기, 짧은 뜨기, 긴 뜨기, 긴긴 뜨기 등 한국말로 해도 어려운 용어와 방법을 영어로 듣고 따라 하려니 머리에 쥐가..뜨핫- - ;; 

 

그렇게 시작한 뜨개질과 코바늘뜨기로 몇 가지 작품(?)이 아닌 something(!)을 만들어 보았어요. 초보실력임을 고려하시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뜨개질 첫 작품은 뜨개질 모임에서 뜬 인형 망토에요. >.< 사진을 딱 본 순간 눈치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작품을 만들다 실패해서 인형 망토가 된 거라고 굳이 말하지 않을 거예요. - -;; 아이는 부족한 제 실력에도 매우 만족스러워 해, 그 뒤 무당벌레는 의도치 않게 단벌신사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네요.

옆에는 교회 언니가 코바늘로 만들어준 꽃 달린 모자입니다. 예뻐서 착용 기념샷을 찍어보았어요. 

 

뜨개질 모임에서 선물로 받은 털실로 아이 카메라 가방을 만들었어요. 줌인해보면 안 되는 작품이지만, 저희 딸은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외출할 때 꼭 챙겨가 주네요. 제 부족한 코바늘뜨기 솜씨를 커버하기 위해 달아 본 곰돌이 인형이 마음에 들어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요? -- ;;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털모자를 만들어 보았어요. >.< 털실 색깔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골라 보았는데요, 다 짜고 보니 털 자체에 신축성이 많이 없더라구요. 예뻐 보이려면 그만큼 고생을 해야 한다는 걸 딸에게 조금 일찍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

 

흐흐~ 이번엔 실을 제대로 골랐어요. 사진상으로 봐도 좀 푹신푹신해 보이지요?^^ 털실 선택도, 뜨개질뜨기도 한결 업그레이드된 털모자입니다. 한국에 있는 친정 언니의 부탁으로 2개를 만들어서 다른 선물과 함께 보냈어요.

 

용기를 살짝 얹어 이번에는 뜨개질이 아닌 코바늘로 둥근 모자를 만들어 보았어요. 개인적으로 털실 색감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사진 찍을 때 아이가 모자를 옆으로 돌려쓰긴 했지만^^;; 털실 색이 알록달록 현란하다 보니, 부족한 제 뜨개질 솜씨가 조금 가려진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ㅋㅋ 어중간하게 남은 털실로 뭘 만들까 고민했는데, 딸이 과감하게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 끼앙끼앙거리며 시도해봤어요. 가방 중앙에 달 꽃까지 만들고 나니, 털실이 10cm도 남지 않게 딱 맞아 떨어져서 신기했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방문하는 토론토 시이모님 댁에 갈 때 드리려고 만들어 보았어요. 냄비 받침, 찻주전자 받침, 화분 받침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매트이에요. 빨강과 초록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았네요.^^ 

 

위에서 만든 것과 똑같은 뜨기 패턴인데, 색의 두께와 색, 질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해요. 자연스러운 색감 때문인지 위의 것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 이게 더 마음에 드네요.

 

어렵게 도안을 구해서 만들어본 귀 덮개 모자이에요. 다양한 털실로 코바느질을 하다 보니, 털실이 결과물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겠더라구요. 뜨기도 잘해야 하지만, 털실을 고르는 센스도 필요해 보입니다. 초보일수록 알록달록한 털실로 만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일종의 시선분산 효과이랄까?ㅎㅎㅎ 암튼 아이도 정말 마음에 들어 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같은 도안으로 다른 색 털실을 사용해 만들어 보았어요.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반짝이는 은사가 들어가 있는 털실이라 나름 매력적이더라구요. 흰 실보다는 두께감도 적당히 있어, 한겨울에 착용하기에도 유용해 보였어요.

모자 하나 떠서 보니 생각보다 모양이 정말 예뻐서 색깔별로 3개씩 총 6개나 만들었어요. 한 쌍은 딸, 나머지 2쌍은 딸의 베스트 프랜드와 한국에 있는 조카에게 선물로 줬어요. 가내수공업에서 대량생산의 길로 접어드는 시점이지요.ㅋㅋㅋㅋ

 

놀라셨죠?ㅎㅎ 당연히 이건 제 작품이 아니구요. 뜨개질 모임을 주최했던 분의 대학생 딸이 만든 인형 작품들이에요. 어메이징하지요?^^ 엄마가 퀼트, 뜨개질을 워낙 잘하다 보니, 딸이 그 솜씨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아요. 캐나다 오타와에 살지만, 영국 TV에서도 개인 홈페이지가 소개된 적이 있을 만큼 인정받은 솜씨입니다. 대부분 취미로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하구요, 가끔 온라인과 오프라인 핸드메이드 시장에서도 팔고 있어요. 저희도 딸 생일 선물로 토끼 한 마리 사줬는데, 아이가 넘 좋아해요.

 

고등학교 때 목도리 하나 뜬 이후로 겸손하게 내려놓은 뜨개질, 그리고 난생처음 해본 코바늘....

뜨개질 관련 책자가 없어서, 온라인에서 코바늘과 대바늘 뜨개질에 관련된 영어 용어와 도안 보는 법 그리고 뜨개질하는 방법까지 일일히 배워가며 뜨개질하느라 밤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네요.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다시금 겸손한 마음으로 이제 한동안 긴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아요.ㅋ 

편물 기계를 발명하신 분, 진심으로 존경하며 감사드립니다. - -;;

 

북미에서는 오프라인 뜨개질 모임과 털실 재료상, 온라인의 커뮤니티와 판매 사이트가 다양하게 있으며 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즐기고 귀하게 생각하는 북미인의 성향에 잘 어울리는 취미인 것 같아요.

올겨울 뜨개질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스함을 선물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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