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캐나다 왕따 방지 전국경연대회에서 수상했어요.

    2015년 왕따 방지(WIST) 포스터, 운문, 산문 전국경연대회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과 락솔리드 재단이 공동 주관한 2015년 왕따 방지 포스터 그리기와 운문, 산문 쓰기 전국경연대회가 지난 3월에 열렸는데요. 2012년부터 시작해 2015년 올해 4년째를 맞이하는 이 대회는 캐나다 전역의 초등학교 전 학년(1~8학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답니다.

학교로부터 전국경연대회에 대한 통지서를 받고 아이와 왕따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아이에게 제안했더니, 평소에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했던지라 아이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참여하게 되었네요.

 

전국에서 '왕따'에 관련된 포스터, 운문, 산문을 제출한 학생 중에서 20명을 뽑았는데요. 감사하게도 아이가 그린 포스터가 수상하여, 상금으로 받은 $250를 학교에 기부하게 되었어요. 기부한 상금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왕따 예방 프로그램에 사용되어질 예정입니다. 

 

온타리오 주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파업 중이라 여러 업무가 많이 뒤처지고 있는데요. 오늘에서야 수상 작품이 실린 2016년도 달력을 학교를 통해 받을 수 있었답니다. 달력 표지에 있는 작품이 올해 2015년 '왕따 방지" 전국경연대회 수상작품들입니다. 

 

저희 딸이 그린 포스터입니다. 우측은 포스터에 대한 설명입니다.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인지라 포스터를 그리기 전에 왕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듯해 2시간 정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포스터를 그렸는데요. 그로부터 석 달 후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가 있는 교실로 와서 축하를 해주고 그림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더라구요. 갑작스러운 인터뷰였지만, 아이가 포스터를 그리며 저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잘 전달했던 것 같아요. 20개의 수상작품 중 초등학교 1학년인 저희 딸의 설명이 제일 길어서 뿌듯했습니다. 

 

아래는 포스터에 대한 아이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저는 꽃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꽃에 대해 생각했어요. 저는 꽃이 자라는데 햇빛과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 생각해 보았어요. 만약 햇빛과 물이 없다면, 꽃은 자라지 않을 거예요.

저는 '왕따'가 사람들을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꽃이 자라는 데 물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이 특별하고 행복한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얼마나 좋은 말이 필요한지 생각했어요.  

제 그림은 건강한 꽃의 뿌리에는 좋은 말이, 죽어가는 꽃의 뿌리에는 나쁜 말이 있어요. 건강한 꽃에는 햇빛이 비취고, 나비가 매일 찾아와요. 자라지 않는 꽃에는 태양이 없고 나비가 찾아오지 않아요. 이처럼 사람은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줄 친구들이 필요해요. 만약 당신이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을 원한다면, 왕따는 안 된다는 것과 좋은 말을 해야 하는 것을 기억하세요."   

 

다른 아이의 수상작품이에요. 딱 봐도 고학년 여자아이가 그린 것 같습니다. 대회의 주제인 WITS: Walk Away(떠나 버리기), Ignor(무시하기), Talk it out(대화하기), Seek Help(요청하기)를 그림으로 잘 표현했네요.

 

다른 아이의 작품입니다. 왕따는 흔적을 남긴다는 말과 함께 얼굴에 아픈 말들이 잔뜩 적혀 있는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을 그렸어요.

 

'왕따'라는 말이 사전에까지 올라 있을 만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매우 큰, 아주 심한 , 최고의 뜻을 가진 '왕'과 따돌림을 뜻하는 '따"가 만나 생긴 '왕따'는 국어사전에 따돌리는 일, 따돌리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은근히 따돌린다는 '은따', 전체에게 따돌린다는 '전따', 금방 따돌린다는'금따' 등등 '왕따'의 계열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어사전에도 '왕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bullying'은 작거나 약한 사람에게 오랜 기간동안 반복되는 공격적인 행위를 가리킵니다. 제가 사는 캐나다에서도 왕따 문제가 심각한데요. 사춘기 학생 30%(3명 중 1명)가 최근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또한, 캐나다 부모의 47%가 자신의 자녀가 왕따의 피해자라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저는 '왕따'하면 2011년 대구 중학생이 왕따와 상습적인 학교폭력으로 인해서 자살한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자살하기 직전 엘리베이터에 힘없이 쪼그려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다음 날 대전 여고생이 친구들의 왕따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집 층수와 꼭대기 층수를 동시에 누르며 망설이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습니다.

 

'아프면서 성장한다.'는 말에 빗대어 '왕따'를 성장 과정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어른의 방관자적인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왕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왕따 가해 특별법 제정, 교육기관의 합리적인 대처 시스템 정비, 장기적인 심리 상담과 예방 교육 마련 등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먼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왕따는 해서도 안 되며, 당해서도 안 되는 가장 심한 폭력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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