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포 2세 딸에게 들려주는 조국

이민 생활 8년 차, 우리 부부가 캐나다 교포 2세 일곱 살 딸에게 전하는 한국

 

어느 날 아이가 평소에 늘 하던 그림일기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다 했다면서 저에게 얼른 보여주고 싶어 막 뛰어오더라구요.

아이 손에 들린 그림일기를 본 순간, 마음이 찡해져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이의 그림일기에는 정성스레 그린 무궁화 한 송이와 꾹꾹 눌러 적은 애국가 가사가 있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

무궁화를 어떻게 알고 그렸냐고 물어보니, 엄마랑 했던 미술놀이 스크랩북을 보고 따라 그렸대요. 무궁화 주변에 있는 알록달록한 무늬는 뭐냐고 물으니, 무궁화가 더 예뻐 보이라고 한복처럼 알록달록하게 색깔을 칠해본 거래요. 그동안 한국에 관해서 이야기해주고, 보여주고 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기도 하고, 잘 따라와 준 아이에게도 넘 고맙더라구요.

 

저희 부부는 이민 8년 차 캐나다 영주권자입니다. 남편이 토론토에서 공부하다가 군대 문제로 한국에 왔고, 남은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장을 받아올 생각에, 한국에서 결혼하고 토론토에 왔습니다. 그러나 졸업하던 그해, 취업 및 이민관련법의 까다로운 조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구직을 하게 되어 계획에 없던 이민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희 딸이 태어났구요. 

저희 부부가 이민했던 계기가 더 궁금하신 분은 이전글을 참고하시길 바래요^^

 

저희 가족은 한국에 자주 왕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한국에 대한 추억을 선물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아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어요. 부족한 모습이지만, 저희가 함께 나눴던 추억들 함께 보실래요?^^

 

미술놀이로 한국에 대해 알아가기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생활

사진 속의 무궁화가 아이가 그림일기에 따라 그린 무궁화이랍니다. 딸이 만 26개월 될 때부터 캐나다 병설 유치원을 들어갔던 만46개월까지 거의 매일 미술놀이를 해왔는데요. 미술놀이는 아이에게 한국을 전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했던 미술놀이 이야기는 제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aeri4620)에 있답니다.

 

3년 전 광복 67주년을 맞이해 무궁화를 함께 그려보기로 했어요. 이미지 검색을 한 후, 다양한 무궁화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한국의 꽃이라고 소개해주었답니다. 아이가 꽃을 색칠하는 동안 홑꽃 무궁화의 잎은 다섯 장이고, 기다란 노란 수술이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생활

만 3세일 때 구정이 다가오자, 복주머니를 만들어 보았어요. 딸의 한복 복주머니를 가져와 보여준 후, 원하는 색깔로 패턴을 만들게 했답니다. 세뱃돈을 한가득 받을 수 있는 대형 복주머니를 만들어 보았어요.ㅋㅋㅋ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생활

68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태극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는 부끄럽지만, 저도 가끔 헷갈리는 부분인데요. 아이와 미술놀이를 하면서 태극기를 그리는 법을 함께 배워 보았네요.

 

한국 명절은 간소하게라도 꼭 지키기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생활

만 3세 때 구정 세배하는 모습입니다. 세배하랬더니, 엎드려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하더라구요.- - ;; 세배하는 법을 여러 번 보여주니, 큰 절은 대역죄인처럼-- ;;하고, 작은 절을 그럴싸하게 따라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한복만큼은 2년에 한 번씩 친정에 부탁해서 받고 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생활

만 5세, 작년 구정 때 모습입니다. 이젠 세배 좀 제대로 하는 것 같나요?ㅎㅎ 한복을 입고 사진찍어서, 함께 하지 못하는 한국의 부모님과 친지분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딸이 이젠 세뱃돈 받는 즐거움도 압니다. 세뱃돈이 든 복주머니를 바라보며 뿌듯해 하네요.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생활

제가 이렇게 한국의 명절을 챙기게 된 계기는 토론토에 사시는 시이모님 영향이 많은데요. 이민생활이 수십 년이 되셨지만, 매년 타지에서도 한국의 명절을 지키시며 한국의 전통문화와 멋을 자랑스러워하시는 이모님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저희 가족은 크리스마스부터 신정까지 이모님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요. 매년 신정 때 어른들께 세배도 드리고, 떡국을 먹은 후 윷놀이도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가며 한답니다. 이러한 시이모님댁 가풍으로 인해 딸이 한국의 명절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 감사가 됩니다.

 

캐나다 오타와 교포 이민생활

올해 신정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집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가게 문도 다 닫아서 장을 보지 못한 상태라, 집에 있는 재료로 쇠고기 대신에 새우 떡국도 만들고, 생크림 대신에 크림치즈 케이크를 만들어 신정을 지냈네요. 이날 아이가 그림일기를 처음 시작했는데요. 그림일기의 첫 페이지를 차지하는 이야기가 되었답니다.

아이의 3개 국어 그림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aeri4620)에 매일 연재하고 있어요.

 

아래는 100일 맞이 그림일기에 대한 글입니다.

 

한국 아이들과의 만나기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매년 여름마다 토론토 한인교회에서 주최하는 여름 성경캠프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오타와에도 한인 교회가 있으나, 저희는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와 같은 뿌리인 서양교회에 다니고 있어서 오타와에서 한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네요.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도시마다 한인의 규모가 매우 작지 않는다면, 한인회와 한글학교가 있는데요. 저희 딸도 만 4세부터 6개월간 오타와 한글학교에 다녔습니다. 등록비 10달러를 제외하고, 전부 무료로 제공해줍니다. 제가 운전면허증이 없어 남편과 함께 데려다 주곤 했는데, 토요일 하루만 늦잠을 잘 수 있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 다니다가 그만두었네요. 대신 집에서 한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것!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저는 만 3세까지 문자교육을 최대한 지양하고, 미술놀이와 현장 체험 위주로 아이를 키웠구요. 병설 유치원(만4~5세) 입학 2개월 전부터 문자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한글 교재를 구하기가 어려워 집에서 직접 교재와 한글카드도 만들고, 인터넷 무료 프린트물도 출력해 가르쳤네요. 지금까지 한글 공부는 매일 하고 있으며, 3일에 한 번씩 한글 그림일기도 쓰고 있답니다. 불어와 영어 실력보다는 조금 더디지만, 꾸준히 실력이 늘어가는 것 같아 감사하고 있어요.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한글 공부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활동을 자주 활용했는데요, 효과가 좋았답니다. 그림을 그린 후 한글로 제목, 이름, 간단한 메시지를 꼭 적게 했더니, 글쓰기를 즐거워하더라구요. 위 사진은 만 4세에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 생신에 만든 생신카드입니다.

 

교포 2세만 되어도 한국말은 할 수 있지만, 읽고 쓰기까지 가능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한국어에 노출된 시간과 자유시간이 많이 없어지기에, 한글을 배우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 한글을 제대로 배워둬야 잘 잊혀지지 않고, 발음도 그나마 정확하게 유지되는 것 같아 한글교육에 욕심을 냈습니다. 저희 딸은 한국인이고, 한국인이 한글을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구요.

 

한국 관련 행사 최대한 참석하기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뜨핫! 캐나다에서 한국 축제를 보게 될 줄이야!!! 

2012년 제35주년 오타와 윈터루드(Winterlude)에서는 한국전쟁 참전 60주년과 캐나다-한국 수교 50주년을 맞이해서 진주 남강 연등 축제가 열렸습니다. 한국 축제 사상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라고 하니, 더욱 영광이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진주 남강 연등 축제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전글을 참고하세요^^

 

캐나다와 한국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글도 올려봅니다.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올해 여름, 제7회 FIFA 여자 월드컵이 캐나다 주요 6개 도시에서 열렸는데요. 캐나다 대사관에서 <코스타리카 vs. 한국> 응원전을 펼친다고 하여 다녀왔답니다.

 

흥미롭고도 뭉클했던 한국 여자 축구 응원전 이야기는 이전글을 참고하세요^^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광복절 기념행사가 캐나다 국회의사당에서 열렸는데요. 스무 번도 넘게 다니던 국회의사당에 펼쳐진 대한민국의 태권도, 민요, 고전무용, 사물놀이, 전통민속놀이를 보고 있는 내내 가슴이 뛰고 마음이 찡~해 왔습니다.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떡메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전통혼례 체험 등은 아이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귀한 기회였습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는 이전글을 보시면 더 자세히 보실 수 있답니다.

 

한국 방문하기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아이에게 한국을 알려주는 방법 중에 한국에 가서 직접 보고 느낀 것 외에 더 큰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딸이 네 살이 되었을 때,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했어요. 저희 부부는 5년만에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아무리 멀다 해도 하루면 가는 거리지만, 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 10년이 넘도록 한국에 가지 못했다는 이민자들도 꽤 됩니다. 타지에서 꾸려가는 삶이 있기에, 비행기를 타면 하루뿐인 거리를 언제 또 가게 될까 막연하게 그리워하는 날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자주 못 갖는 기회이기에, 아이와 함께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최대한 찾아다녔네요. 언니와 형부가 대개 고생해주었지요. 덕분에 아이와 저는 많은 추억을 안고 캐나다에 돌아왔네요.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딸은 경복궁이나 민속촌에 있는 밀랍인형에 겁을 잔뜩 먹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종종 스냅앨범을 보면서, 한국 이야기를 꺼내는 거 보면, 그 때 일이 기억이 나나 봅니다.

 

투표하기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제18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를 캐나다 대사관에서 했습니다. 저희는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어서, 투표권이 있답니다. 매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오니, 대사관 직원분께서 기념촬영을 해야 한다며 사진도 찍어주셔서 기념샷이 있네요.^^;; 한국 방문을 했을 때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서 시부모님과 함께 투표하고 왔습니다.

캐나다 이민 오타와 교포 생활

타지에 살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매일 한국 뉴스에 귀가 쫑긋해집니다. 한국에서의 추억과 기억이 8년 전에 멈췄지만, 마음은 항상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한국을 향해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 손을 잡고 한국 전국 일주를 해보고 싶어요.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날을 곧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뛰어야 겠습니다.^0^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가을철 풍성한 열매처럼 올 한해의 결실들이 하나 둘씩 품에 안겨지는 나날이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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