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을 위한 저녁 상차림 1~2주차

시부모님과 만 3년 만에 마주 보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로 꼬박 하루를 걸려야 도착하는 머나먼 한국 땅, 그래도 24시간이면 가는 곳인데, 왕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곁에 살면서 효도해드려야 하는데, 타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전화나 편지를 드리거나 매일 딸 사진을 보내드리는 일뿐이었죠. 그래도 매번 너희가 행복해하는 모습 보니 고맙다면서 늘 저희 삶을 응원해주셨던 두 분이었기에, 저희 마음이 더 애틋해져만 가나 봐요.

 

결혼 직후 시댁에서 살았던 3개월 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아침상과 저녁상을 봐 드린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을 위한 상차림을 차려봤습니다. 소소한 행복을 끼니때마다 선물해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부족하지만 몇 가지 음식들을 만들어 보았답니다.  2주 동안의 저녁 상차림을 살짝 구경하실래요?^^ 

 

 시부모님께서 저희 집을 처음 오신 날 차린 저녁 상차림입니다. 돼지 등갈비, 칠면조햄파프리카버섯말이, 오이새우샐러드, 바지락 미역국, 겉절이, 브로콜리 미소된장무침, 비트무피클, 숙주나물, 김치류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날 저희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전글을 참조하세요^^ 

 

토론토에서 오신 시삼촌님을 위해 마련한 상차림입니다. 불고기 새우전골, 버섯참치전, 아스파라거스와 팽이버섯을 말은 쇠고기햄말이, 골뱅이무침에 몇 가지 밑반찬을 더했습니다. 디저트로 과일과 케이크도 준비해보았습니다.

 

부모님께서 서양식 고기요리에 익숙하지 않아 보여서, 김치를 넣고 제육볶음을 해드렸습니다. 오랜만의 한식 스타일의 고기요리인지라 반가워하시더라구요^^ 볶음국수, 닭가슴살 샐러드와 홈메이드 파인애플 드레싱, 그리고 과일 모둠 등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날에 한 요리도 있고, 다른 날에 한 요리도 있어요^^

 

 메이플 햄, 새우콩나물국, 홈메이드 오리엔탈 드레싱을 품은 딸기 그린샐러드입니다.

 

어머님께서 직접 도토리를 따서 가루를 만들어 오셨어요. 어머님의 가르침 받아 묵 쑤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묵밥이라는 것도 먹어봤네요^^ 묵밥 정말 맛있게 먹어서, 그간의 쌓인 향수병이 한 방에 날아가는 기분이었죠. 향수병이 진하게 쌓여갈 때 해결법 하나는 확보한 셈이네요^^

홈메이드 도토리묵과 호박구이무침, 버섯허브구이, 신김치무침, 찐 달걀을 함께 곁들여 정말 맛있게 먹었네요^^

어머님께서 망고와 체리를 무척 좋아하셔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입산이라 비싼 금액이지만, 냉장고에서 떨어지지 않게 사두고 있답니다.

 

파래무침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파래를 구할 수가 없네요ㅠ 이 없음 잇몸이라고, 홈메이드 무채피클을 넣어 미역과 함께 깔끔하게 무쳐보았네요. 오른쪽 위는 고추장의 비율을 확 줄이고, 고춧가루로 맵고 깔끔한 맛을 강화한 닭갈비입니다.

버섯에 치즈만 얹혔을 뿐인데, 고급 사이드 메뉴가 되는 버섯치즈허브구이도 해보았구요. 어머님께서 정말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 역시 제 요리의 단골소재가 되었네요.

 

저희는 평소에 국을 일주일에 2~3회 정도만 끓여서 먹어서 그 패턴으로 이어갔는데, 부모님께서 국이 없으셔서 조금 힘들어하신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눈치챘네요^^;; 그래서 자주 국을 끓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바지락을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드렸더니, 다른 메인 메뉴보다 찌개를 더 좋아하시는 모습보니, 그동안 제 식단이 얼마나 눈치 없었는지 느껴지더라구요ㅎㅎ

망고, 블루베리를 곁들인 연어 그린 샐러드도 준비해 보았습니다. 연어 샐러드를 할 때마다 다양한 소스를 만들어서 조합을 맞춰보는데요. 한국에서 연어 샐러드를 할 때 주로 하는 마요네즈나 크림소스보다는 개인적으로 과일 소스가 훈제연어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구요. 파인애플과 간장을 베이스로 새콤달콤한 소스를 만들어 함께 먹었습니다. 

그릴에서 구운 소시지와 허브로 밑간한 삼겹살구이는 고기보인 저의 최고의 메뉴입니다ㅋㅋ

 

저는 멸치를 볶지 않고 무쳐먹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늘 그렇게 해주셨거든요. 엄마는 대부분 요리를 볶지 않고 무침으로 해주신 음식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아직도 제가 느끼한 서양음식에 적응을 잘 못하나 봅니다. 엄마의 맛을 더듬어가며 멸치를 무쳐보지만, 그 손맛은 아직도 흉내를 못 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엄마의 손맛이 마음 찡하게 떠올려집니다.

쇠고기 떡만둣국과 불고기새우전골도 해드렸습니다. 역시 국물 있는 것을 좋아하시더라구요^^

어머님께서 공원에서 잡초를 뽑고 계시더라구요^^;; "어머님, 뭐 하세요?"하고 여쭤보니, 질경이를 뽑고 계셨더라구요. 저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알려주신 방법대로 질경이 나물도 처음 해보았습니다.

수많은 다양한 풀 중에서 질경이와 고사리를 발견하시는 어머님의 눈매가 신기로울 뿐이네요ㅎㅎ

 

돼지안심을 슬로우쿠커에 8시간 넣어 익힌 후, 매운 양념소스를 얹어 1시간 더 익힌 후 먹었습니다^^ 어머님께서 매운맛을 워낙 좋아하셔서 강도를 높였는데, 입맛에 딱 맞으신 듯하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매운맛을 달래줄 감자와 당근찜도 함께 내놓아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은은한 향이 가득한 취나물과 새콤달콤한 청경채 초고장무침도 만들어보았네요. 

 

파인애플 채소 새우 꼬치구이입니다. 매콤한 돼지고기나 바지락 순두부찌게도 종종 합니다. 평소에 종종 왕래하는 언니가 한국에서 가져오신 귀한 명이나물, 젓갈을 주셔서 저녁식탁이 더 풍성해졌습니다.

부모님께서 월남쌈을 좋아하셔서, 2시간동안  압력밥솥에 돼지고기를 푹 삶아서 돼지안심채소월남쌈도 만들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저희 집 2주 동안의 메인 디너 메뉴 몇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아침과 점심, 간식 1~2회 그리고 저녁까지 챙겨 드리다 보니, 조리기구와 싱크대 사이를 오가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식사가 차려진 테이블에 앉으실 때마다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뵈니, 또 다음 메뉴를 뭘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제가 한평생 두 분께 상을 차려드릴 횟수가 몇 번이 될까요. 그 생각을 하면, 슬슬 놓이는 긴장의 끈을 다시 메어 잡고, 기쁜 마음으로 테이블을 채워나가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시간이 나는 데로 요리 레시피도 종종 올려볼까 합니다^^

 

음식을 함께 나누다보면, 가장 빠른 속도로 상대방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딸은 학교를 가고, 남편은 직장을 가는 사이, 홀로 부모님과 함께 해야하는 시간이 많아서 실은 부모님께서 지루해 하실까봐 혹은 제가 어색할까봐 걱정이 조금 되었거든요. 웬걸요^^ 식사 시간으로 인해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6월 말이 되면, 3~4주차 아침상과 저녁상을 또 올려보겠습니다^0^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색해진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그 힘을 빌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사람은 역시 먹는 것에 약해지니까요ㅎㅎ

주변에 있는 소소한 행복들이 내 품에서 누리는 기쁨을 매일 맛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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