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병원 응급실 다녀와 보니


캐나다 의료 시스템은 대부분 가정의(family doctor)에서 시작하는데요. 주(province) 정부 의료보험에 가입한 의료보험자는 자신(또는 가족 전체)을 돌볼 가정의(일종의 단골 의사)를 정하게 돼요. 가족의 질병 이력(유전), 평소의 건강 상태, 생활 환경 등을 잘 알고 있기에, 병이 났을 때 보다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가정의가 없거나, 또는 가정의가 있지만 진료가 예약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병원에 가야 한다면, 예약이 필요 없는 워크인(Walk-in Clinic)을 찾아갑니다. 워크인마저 운영하는 시간대가 아니라면, 종합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가야 해요. 제가 사는 오타와는 General 또는 Civic 등 립 병원 응급실로 가면 되고, 아이인 경우 동부 온타리오 어린이 병원(CHIO)의 응급실로 가면 됩니다. 


얼마 전 캐나다 병원 응급실을 다녀왔는데요. 하필 법정 공휴일까지 앞둔 일요일 오후였던지라 워크인까지 모두 문을 닫은 상황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네요. 응급실을 찾은 이유는 이유는 편두통이었어요. 가는 도중에도 남편에게 "과연 편두통으로 응급실을 가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라고 몇 번을 물어볼 만큼 민망한 걸음이었어요.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진통제가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의 극심한 두통이었던지라 공휴일이 되기 전에 약이라도 처방받고 싶은 마음에 민망함을 꾹꾹 누르고 캐나다 산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응급실을 찾아갔어요.

편두통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결혼 직후 피임약을 복용한 직후부터였어요. 산부인과 예비 산전 검사를 받고 풍진과 B형 간염 주사를 맞은 상태라서 피임을 꼭 하라는 말을 듣고, 피임약을 처음 먹게 되었어요. 하지만 경구 피임약의 부작용으로 심각한 편두통이 찾아와 3일 내내 회사에도 못 나가고 통원 치료를 다녔어요. 3개월 뒤 캐나다로 온 이후로 가을이나 겨울에 찬 바람이 불 2~3번씩 심한 편두통이 연례 행사처럼 찾아오네요. 보통 두통약을 먹으면 2~3일 안에 사라지는데, 이번에는 이틀 내내 약이 듣지 않아 응급실까지 찾아갔어요. 캐나다 병원 응급실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볼까요?


캐나다 오타와 병원 응급실


남편이 사진을 찍어 줬네요. 이곳은 오타와 제너럴(Ottawa General Hospital) 병원 응급실 로비입니다.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1, 2, 3이 적힌 안내 표시판의 순서에 따라 접수하면 됩니다. 1번 절차에서는 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응급실 간호사를 만났어요. 기본적인 체온, 혈압 등을 체크하고, 알레르기, 평소에 지닌 질병, 응급실을 찾은 이유 등을 묻고 의사에게 건넬 자료에 기록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두통 발생 시점, 횟수, 강도, 반복 정도, 섭취한 약 등에 관하여 질문받았어요.  


캐나다 병원 응급 시스템


2번 절차는 3번 접수 절차를 위해 대기하는 자리였네요. 


캐나다 의료복지 제도


3번 절차에서 응급실 의사 진료 접수를 완료했어요. 캐나다는 의료복지 제도가 매우 잘 된 나라 중 한 곳으로, 주 정부 의료보험에 가입된 자(중산층 경우 연 40~60만 원 보험비 납부) 라면 거의 모든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돈이 무서워 아파도 응급실을 가는 것을 주저하는 부담이 없어 감사했어요. 3번 접수까지 끝나니, 이름, 날짜, 바코드가 찍힌 팔찌를 건네주더라고요.  1~3단계 접수를 마치는 데 30분 정도 걸렸어요. 


응급실


접수 후 30분을 더 기다리니 드디어 이름을 부릅니다. 사전 예약 진료가 아닌 이상 대기 시간이 워낙 길기로 유명한 캐나다이기에 응급실이라 다르나 보구나 하고 생각한 순간, 저는 응급실 내에 있는 또 다른 대기실에 가 있었고 그곳에서 2시간 동안 멍을 때려야 했네요. ㅎㅎ 저와 함께 대기실에 있던 사람은 눈에 벌레가 들어가 빨갛게 부어오른 사람, 염증으로 발가락이 부어서 온 사람, 몸살감기 기운에 온 사람 등 사유가 다양했어요. 다행히 육안으로도 심각한 사람은 거의 없어 보여 민망함이 조금 덜어졌네요.  

 

캐나다 병원


병원에 온 지 딱 3시간 만에 드디어 의사를 만났어요. 여러 가지 확인을 해보더니 다른 부분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두통의 형태와 강도가 unusual 한 경우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진통제가 든 링거 주사를 맞은 후 시판용 두통약을 다시 먹어보고,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다시 오라고 했네요. 단지 처방 약을 필요해서 왔는데 링거액까지 덥석 맞아야 해서 집에 가서 쉬라고 해도 함께 기다려준 남편과 딸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다행히 그 후 진통제 효과가 다시 생겨 지금은 쌩쌩합니다.^^


캐나다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긴 응급실 대기 시간(평균 4시간 이상)으로 손꼽힌 나라입니다. 캐나다 중에서 제가 사는 온타리오 주와 앨버타 주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하네요. 저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어서 기다릴 만 했지만, 정말 힘들어서 응급실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병에 병을 더 얹은 기분이 들겠더라고요. 지인으로부터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인이 암을 발견하고 예정된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더 위급한 환자가 생겨 수술 날짜가 2차례나 미뤄지는 사이 갑작스럽게 암이 퍼져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아내 되시는 분이 암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한국으로 모셔가 바로 수술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고 들었네요. 의료 서비스에 관한 비용을 주 정부가 거의 전담하다 보니, 첨단 시설, 신속한 의료 서비스, 충분한 의사의 수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의료보험비로 거의 모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네요. 어딜 가나 완벽한 곳은 없기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자신의 행복을 찾고 키우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은 건강이라고 생각하기에, 건강할 때 더 잘 챙겨야겠네요. 



캐나다 응급실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삶의 행복을 든든하게 받쳐 주는 건강한 나날을 이어가시길 바라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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