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의 매력을 알게 해준 캐나다 가정의 초대

지난 주말 알고 지내던 캐나다 가정으로부터 점심 초대를 받아 다녀왔어요. 몇 번 왕래가 있었지만, 이번에 조금 더 여유 있게 머물러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네요. 이 가정에서 느낀 DIY 매력을 소개하기 전에, 맛있는 즐거움이 있었던 시간을 먼저 소개해볼까요?^^



세 자녀의 학창 시절이 한 액자에 담아져 있네요. 캐나다 학교에서는 매년 학기 초에 스쿨 포토(school photo)을 찍는데요. 사진을 찍은 후 샘플을 보고 원하는 크기와 매수로 주문을 할 수 있어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스쿨 포토와 졸업 사진까지 한 곳에 넣은 액자를 각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네요.  



캐나다 가정의 거실에는 가족사진과 앨범이 주로 비치되어 있는데요. 손님들이 오면 가족 앨범을 꺼내서 함께 보기도 해요. 궁금한 점이 있어 여쭤보니, 가족 앨범에 사진이 있다면서 찾아서 보여 주시더라고요.  



캐나다에서는 냉장고에 가족, 친척, 지인의 사진을 빼곡하게 붙여 놓은 가정이 많아요. 보통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면서 가족사진을 함께 동봉해 보내기 때문에, 그 사진을 버리지 않고 다음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 냉장고에 이렇게 붙여 둔답니다. 저희 가족 사진도 있었다는!ㅎㅎ 하루에도 몇 번씩 여닫는 냉장고에 가까운 사람의 사진을 붙여 놓으니, 소중한 사람들을 더 자주 기억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아요.^^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어요. 지난겨울에 방문했을 때 장작을 태워주셨는데, 캐나다에도 이제 막 봄이 왔기에 한동안은 벽난로의 따스함 대신 햇볕의 따스함을 더 즐겨야겠습니다. ㅎㅎ



제가 선물한 화분이에요. 캐나다에서는 가정 초대를 받았을 때 선물을 꼭 사가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빈손으로 가더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대신 초대받은 후에 감사 카드(Thank you Card)를 보내면 매우 좋아요. 선물을 사 간다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소소한 선물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저희 가정 외에 한 가정이 더 초대받았는데요. 아이들은 지하에 모여 자기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한쪽에는 장난감 박스를 미리 꺼내 놓으셨더라고요. 캐나다에서는 초대하는 손님 중에 아이가 있다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것을 미리 준비하는 편입니다.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드린다고 하니, 제 집처럼 편히 있으라고 해서 구경만 했어요. 사진은 고기와 감자에 끼여 먹는 그래이비(gravy) 소스인데요. 오븐에 고깃덩어리를 여러 시간 굽는 동안 빠지는 육즙을 모아 밀가루와 각종 양념을 넣고 끓여 만든 걸쭉한 소스예요.   



상 차림입니다. 저희를 초대하신 분은 캐나다 OO 공사의 오타와 총책임자인데요. 저라면 어깨에 힘이 꽤 들어갈 것 같은데^^;; 생활이 참 소박하시고, 겸손하세요. 제가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 성품이 가장 온유하신 두 분이라서, 더 존경스럽습니다. 얼마 전 한국 친구가 난감한 상황에 처해 조언을 구했더니,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시기까지 해서 무척 감사되었네요.   



3가정이 모여서, 음식은 뷔페식으로 덜어먹었어요. 맛있는 냄새에 손이 바빠집니다. 



어린아이들은 지하에 테이블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먹었어요. 



대접 받은 음식입니다. 쇠고기, 감자조림, 당근찜, 비트 피클, 사과 채소 샐러드, 바게트입니다. 아까 끓인 그래비 소스를 감자와 고기에 뿌려 먹었어요. 음식 종류와 가짓수가 전형적인 캐나다인 초대 음식입니다. 점심은 더 간단하게 준비하기도 하는데, 저녁 디너처럼 제대로 차려 주셔서 맛있게 먹었네요. 



디저트예요. 손수 만드신 당근 케이크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었어요. 캐나다에서는 케이크를 먹을 때 주로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어 2배의 달콤함을 즐기는 편이에요. 



몇 번을 왕래하면서도 거북이가 집안 곳곳에 있다는 것을 이날 처음 인지하게 되었네요. 집안에 거북이가 많이 보인다고 말하니, 거북이를 좋아해 여행 다니면서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집 안 곳곳에 수십 개의 거북이 장식품이 있다고 해요.



현관 입구에도 큰 거북이 장식품이 있어요. 다른 도시에 사는 손자가 찾아오면, 종종 집안에 거북이가 모두 몇 마리 있는지 거북이 찾기 놀이를 한다고 해요. ㅎㅎ 



점심을 먹으면서 저희 집 뒷마당에 덱(deck)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더니, 몇 가지 팁을 전해주시겠다면서 자신의 작업장으로 안내해 주셨어요. 작업장 문에 <할아버지의 작업장 ; 고장 난 장난감은 여기에서 고칩니다.>의 팻말이 걸려 있었네요. ㅎㅎ



작업장에 들어간 순간, 헉! 소리가 저절로 나더군요. 가정집에 흔히 있는 창고가 아니라, 목공 전문 작업실에 들어선 기분이었어요. 각재의 홈을 파내는 각끌기부터 테이블 위에 톱이 달려 나무를 편리하게 자르는 테이블 쏘우, 고르지 않는 목재를 다듬을 때 쓰는 수압 대패, 목재의 거친 면을 다듬는 자동 대패 기계 등 한 대에 천 달러(백만 원)가 훌쩍 넘어가는 큼지막한 기계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지하 창고라서 작업 시 날리는 톱밥 등 각종 먼지를 모으는 대형 집진기까지 직접 설비해두셨더라구요. 먼지를 어떻게 빨아들여 처리하는지 설명해주셨어요.



각종 공구도 벽면에 가득 걸려 있었어요. 다 둘러보고 나서, 작업실 팻말을 <고장 난 장난감은 여기에서 고칩니다.>가 아닌, <말만 하면, 다 만들어 냅니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네요. ㅎㅎㅎ 



목공 기계를 활용해서 무엇을 만드셨냐고 여쭤보니, 각종 가구 제작부터 집 안 곳곳을 수리했다면서 카펫을 떼어내고 직접 하신 마루와 계단 시공 사진도 보여주셨어요. 캐나다에서 마루 시공은 비용이 정말 많이 들어서 웬만해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공사인데, 이렇게 직접 시공하면 비용이 많이 절감되어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캐나다의 평균 물가 수준은 대한민국 서울 물가와 거의 비슷합니다. 기초식품군의 물가는 서울보다 더 싸지만, 인건비가 들어가는 서비스업은 서울보다 무척 비싸요. 


예를 하나 들자면, 저희 집 8인용 식탁에 깔 유리를 사는데, 주문 제작 비용 270달러에 시내 배송비 70달러가 추가되어 총 340달러를 냈어요. 그 당시 환율로 따지면, 식탁 유리 한 장에 35만 원이 넘는 셈이네요. 이렇게 인건비가 매우 높은 캐나다이다 보니, 가계 재정 유지를 위해서라도 직접 제작하고 수리하는 DIY(do-it-yourself)가 발달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당에 있는 미끄럼틀도 직접 만드신 거예요. 놀러 갈 때마다 아이들이 야무지게 활용한다는!! ㅎㅎ 



주택에서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곳에 나무를 깔아 만드셨다는 덱(deck)의 모습이에요. 언뜻 보면 우리나라 평상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주택과 바로 이어진 덱 시공은 시청에 건축 허가를 받고 덱과 관련된 건축 규정대로 만들어야 하는 큰 작업이에요. 저희를 초대하신 분도 기초 시공을 위해 땅을 1m 가량 팠다고 해요. 사람을 부르지 않고 직접 시공을 해도 재료비만 평균 2백만 원이 들어갈 만큼 기술과 돈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저희 집도 저번 주부터 덱 공사를 시작했는데요. 저희는 땅을 깊게 파내는 공사가 두려워 낮은 높이의 덱을 만들고 있는데, 이날 얻은 팁과 용기로 무사히 마쳐졌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DIY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물자와 인력이 부족해진 영국에서 자신의 일은 자신이 스스로 한다는 사회운동으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도예, 자수, 유리공예, 가구 제작 등 여가 시간을 활용한 취미형 DIY뿐만 아니라, 자동차 수리, 가옥 보수, 정원 관리 등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활형 DIY까지 범위가 점점 넓혀져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캐나다에 사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거나 수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어요. DIY는 높은 인건비를 대폭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 속도에 맞춰 내 손으로 무언가를 천천히 완성해 가는 기쁨이 있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것을 설명하시는 동안 유난히 반짝거리던 지인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저 역시 DIY의 매력에 도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아래는 DIY 작품의 주 판매 루트인 '캐나다 핸드메이드 마켓'에 관해 쓴 이전 글입니다. 

>>> [북미 정보&문화] - 캐나다인 친구가 알려준 북미 최고 핸드메이드 시장은 어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즐거웠고, DIY에 관해서도 전보다 더 알 수 있어 유익했던 시간이었어요. 한국은 오늘 어린이날이네요.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함께 나누며 삶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하루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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